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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짠내 나는 뚜벅이 부부의 30주년 제주 여행기(11.16-11.20)
  • 작성자 : 오 * 영
  • 등록일 : 2025-11-23
  • 조회수 : 33

 

 50대 후반인 나이인만큼 제주도를 많이 다녀가긴 했는데 특별하고도 색다른 이번 여행은 결혼 30주년 기념 여행이었다.

올해 추석에 먼저 다녀간 지인의 추천을 받아 용산시와 협약기관인 ○○군의 할인 혜택으로 용산 제주유스호스텔 15평형 숙소에서 45일을 즐긴 소감은 한 마디로 원더풀 굿이다!!^^

 

 용산 제주유스호스텔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성비 짱인 이유는 저렴하면서 깔끔한 객실 상태와 정비된 시설물, 다양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으로 연결된 위치 때문이다. 사실 가격이 저렴하면 객실 상태가 위생적이지 않거나 위치가 너무 외곽이어서 대중교통으로 다니기가 불편했던 경험이 많아서 걱정되었는데 제주공항에서 600번 리무진 버스로 바로 도착할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첫 날은 숙소 옆의 약천사에서 외국의 해변가에 온 것처럼 야자수와 짙푸른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눈호강에 행복한 비명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고, 가끔 템플스테이에 참가해서 마음의 여백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웅장한 법당과 이국적인 풍경 덕택에 약천사를 템플스테이 리스트에 새로 추가했다. 약천사에 나온 후 제주도 하면 귤이 빠질 수 없어 숙소 건너편 귤 농장을 기웃거리는데 농장 어르신이 들어오라고 하면서 귤 몇 개를 먹어보라고 주셨다. 새콤달콤한 귤맛에 빠져 바로 그 자리에서 봉지귤을 샀는데 어르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를 여행하는지를 물어보시는데 제주도 지역 언어라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우리에게 따뜻한 관심과 호의를 품고 하시는 말씀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제주도로 여행 온 목적인 올레길을 원없이 걷는 1일차로 약천사를 경유하는 올레길 8코스를 충만한 마음으로 가뿐하게 걸었다. 객실에 간단한 인덕션이 있어서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약간 쌀쌀해진 날씨에 적절한 난방과 따끈따근한 온수로 씻고 나온 후라 최상의 컨디션로 걸을 수 있었다. 특히 8코스 중간에 있는 중문 색달 해수욕장에서 보드라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면서 걷기의 피로감을 후련하게 씻어내고,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소금빵 아이스크림을 먹는 맛이란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최상의 기쁨이었다.

 

 숙소의 편의 시설도 아낌없이 이용했는데 저렴한 사용료로 세탁기와 건조기로 빨래한 덕분에 셋째날의 한라산 등반을 준비할 수 있었고 비록 날씨 때문에 백록담까지는 못 갔지만 오히려 백록담 대신 사라오름을 올랐던 것이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 되었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록담이 보이는 풍경은 시공간을 잊게 하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한라산을 다녀온 넷째 날은 올레 10코스를 걸었는데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시작해서 산방산, 송악산을 거쳐가면서 다양한 풍경을 마음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느라 바빴지만 가능하면 느긋하게 놀멍쉬멍(놀면서 쉬면서)하면서 걸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숙소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을 먹었는데 갓 지은 좋은 쌀밥에 무와 야채를 볶은 국물로 황태를 넣고 끓여서 국물이 시원하면서 담백하고 감칠맛이 나서 지금도 그 맛이 생각난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면서 숙소 건너편 귤 농장 어르신을 만나서 귤 주문을 하고 귀가 인사를 드렸는데, 잠깐 만난 사이인데도 정이 많으셔서 필요한 것들을 세심하게 챙겨 주시고 차 타는 우리 부부를 보며 끝까지 손을 흔들고 계신 모습도 감사했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서 잠깐 울컥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45일을 짠내 나게만 여행했다고 오해할 수 있어서 부연 설명하고 싶다. 아침은 간단하게 누룽지와 햇반을 먹었지만 점심은 고등어조림, 갈치구이, 성게미역국, 보말죽, 고기국수, 전복요리 등 제주도 특색 음식으로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을 즐겼고 저녁은 냄새가 적은 포장 음식을 사 와서 먹거나 면 요리를 해서 먹었기에 먹거리에도 아쉬움이 없고, 30년 동안 의리와 우정(??)으로 살아온 우리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곤조곤 얘기하면서 하루 3만보씩 걸었던 이번 여행은 잊을려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을 생각한다면 뚜벅이 제주도 여행을 권유하고 싶고, 제주 버스 앱만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버스 승하차 상황을 알 수 있는 대중교통 연결이 자유롭고 경제적이며 객실이 깔끔한 용산 제주유스호스텔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매일 갈아 주는 수건과 널찍한 욕실, 다양한 가족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야외테라스, 바베큐장, 포켓볼, 노래방, 도서까지 구비한 숙소라니 올레길이 아니라도 제주도를 오게 만드는 이유로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막걸리 한 병 들고 귤 농장 어르신을 찾아서 인사드리고 싶고, 제주 올레길을 놀멍쉬멍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천천히 제주의 참모습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