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행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직장동료 선.후배로 만나 수년을 함께 근무하였지만 우연한 계기로 인해 4인이 목포 여행을 시작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목포 여행을 다녀온 직후 동료중 1명이 9월에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는
소식에 1명이 가세하고 나에게 얘기했지만 별 반응없이 “잘 다녀와”란 말만
전한후 어느날..... “아! 나 용산구민이지....” 불현 듯 생각나 제주도에 용산 구민을 위한 숙소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예약해본적은 없었기에 설렘반 기대반으로 예약사이트에 접속하였다.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막상 예약이 되고나니 그때부터 맘이 들떠서 선배에게 제주도 언제가봤냐는 물음에 신혼여행 이후 한번도
가보지 못하였고, 간다면 30년만이란 답변에 충격을 받았다. ㅋㅋㅋㅋ
오래된 인연으로 직장에서 함께해온 선배를 위해서라도 이 여행은 무조건 성사 시켜서 힐링하게 해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는 지치고 힘들때마다 나에게 편안한 힐링의 장소였기에 내가 느꼈던 행복함을 전해주고 싶기도해서 시작된
여행계획이었다.
평일 퇴근후 제주도라니... 실화인가...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밤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가성비 좋은
숙소에서 짐을 풀고 치맥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날씨가 좋지 않을까 우려도 하였지만 “우리는날씨요정일거야” 라는
우스갯 소리로 깔깔거리며 첫날밤을 마무리하였다.
이튿날 아침식사 메뉴는 고사리해장국으로 빈 속을 달래며 시작하였다.
제주도 여행이 30년만인 선배는 이런 해장국은 처음 본다며 감탄하면서 식사를 하셨고,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양도 많이 주셔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해장국이 지금도 두고두고 생각난다고 하셨다.
이른 시간에 식사를 마친후 식당의 다방커피 한잔씩 들고 벤치에 앉아서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찰나에 근처 소품샵이
오픈되어 겸사겸사 구경하는데 아기자기하고 깜찍한 소품들이 많이 보였따. 탐나는 아이템은 많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일정을 소화하러 우리의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나빌레라”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나비의 종류도 많았고 서식지마다 나비의 날개모양, 크기 등 다양성을 보고 감탄의 감탄 연발이었다.
석주명 선생님의 소중한 자산 덕분에 오늘날 밑바탕이 되어 감사함을 느끼고 박물관을 나와 함덕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예쁘게 한컷씩 찍어가며, 월정리해변, 풍력발전시범단지 등 드라이브는 우리의 눈이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점점 멀어지면 안되기에 제주해녀박물관을 기점으로 해녀의 역사 및 애환 등을 보고 들으며 맘이 아팠다.
그 사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더위에 지친 동료들과 시원한 우도땅콩막걸리에 한치회, 회덮밥, 해물라면 등 포식자들처럼 배고픈 위와 장을 달래주었다.
배도 부르고 피곤하기에 전망좋은 카페에서 커피와 우유빙수로 더위도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한후 우리의 여정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사려니숲을 지나치게 아쉬웠지만 시간관계상 뒤로하고 비밀의 숲에 들러 양, 조랑말 당근먹이 체험 등도 해보고 드넓게 펼쳐진
꽃밭과 언덕위 그네, 잔디밭 등등 초원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웨딩 커플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젊은친구들의 사진 스팟이라는걸 알았다.
드디어 용산유스호스텔 도착.. 체크인후 방으로 입성해 짐부터 푼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도보로 가능한 흑돼지 집으로 향했다.
통멸치 멜젓 맛에 감탄하며, 사장님께서 맛있게 구워주시는 흑돼지구이를 정신없이 흡입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10시를 향했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에어컨을 켰지만 우리의 갱년기 열기로 더운건지, 알콜로 인해
더운건지, 방이 더운건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도 더위가 가시질 않았지만 지치고 피곤했기에 금방 잠들어버린듯하다.
자다라 다들 더운지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가 어느새 다음날 아침에 되어 준비후 얼른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그곳이 가장 시원하고 안전한곳이라고 깔깔거리며....
드라이브내내 멀리서 바라본 한라산의 웅장함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수 있는곳이며, 산방산의 뷰 또한 형용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우리의 여행 계획에는 없었던 “건강과 성(性) 박물관”의 표지판을 보면서 “우리도 성(性) 박물관 들러볼까?” 라고 던졌더니
30년만의 제주도 여행온 선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빛의 속도로 대답해주었다.
까칠하고 낯가리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선배가 생각보다 많이 유해졌네 라는 생각을 가지며 달러던중 선배의 한마디.....
“근데... 백설공주, 잠자는공주, 신데렐라 등은 어떤 성(Castle)에서 살았을까?” 라는 말에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누군가가 빵 터지는 웃음소리에 우리 모두 뒤집어지며 웃었다. 너무 순수해서 사랑스러웠다.
그러던중 갑자기 에어컨이 생각나 용산유스호스텔로 전화를 걸어 어젯밤 에어컨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밤에는 왜 문의를
안하셨냐고 오히려 미안해하시면서 점검도 하고 우리가 도착전 에어컨도 미리 켜두어 주신다고까지 해주셔서 친절함에
배려에 감동받았다.
이리저리 여행후 지친몸을 이끌고 올레시장에서 맛있는 음식 줍줍하는 사이 용산유스호스텔에서 여성직원분의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언제쯤 돌아오시냐는 질문에 30분전에 에어컨도 가동해주시고 여분의 룸키로 우리의 불편함이 없도록 셋팅해주셨다.
우리는 마지막 여행을 불태우기 위해 맛있는 음식으로 불금을 달리던도중 어른들의 음료가 똑 떨어져 무섭게 내리는 비 사이를
뚫고 무인편의점에 가서 이것저것 담아와 우리의 밤을 불태우던중 동료가 이불에 실수를 해버렸다.
깊게 물들기전에 시트를 벗겨 초벌빨래를 하였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이른시간에 공항에 가야했기에 체크아웃시 직원분을 만날수가 없어서 키만 반납후 일단 공항으로 달려간후 비행기 탑승 대기중
용산유스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어젯밤 우리의 만행(?)을 이실직고후 세탁비 청구해달라고 하였지만 괜챦냐는 직원분의 친절한
안내에 죄송과 감동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번여행은 사랑스런 동료와 어딜가든 친절한 상인분들과 용산유스호스텔 직원분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의 마무리였다.
제주도는 한국의 관광지이지만 가격도 비싸고 어딜가도 사람이 많아 불쾌지수가 높았던적도 많았으나, 이번여행에선 그 모든
기억들을 모조리 사라지는 해주는 여행이었다.
엘리베이터안에서 여행 공모 후기 안내문을 보는순간 잘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우리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몇글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