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생이라는 틀 안에서, 처음으로 세상을 조금 넓게 바라본 경험이자,
우정과 용기를 시험해본 모험 같은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친구와 함께 둘이서 계획한 제주 여행은
지금 돌이켜봐도 꽤나 큰 결심이 필요했던 일이었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짜는 예산,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한 설명,
숙소를 고르고 비행기를 예약하는 것까지 전부 낯설었지만,
그 불안함 속에서도 설렘이 더 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희가 선택한 숙소가 바로 용산제주유스호스텔이었습니다.
아직 숙소 선택 기준조차 잘 몰랐던 저희에게,
유스호스텔은 부담 없는 가격과 안전한 환경, 그리고 학생 여행자를 배려한 따뜻함이 모두 갖춰진 최고의 공간이었습니다.
체크인 당시 긴장한 저희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시던 직원분의 말투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숙소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깨끗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제주 바다는 정말 특별한 선물 같았습니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 해녀 체험이었습니다.
낯선 복장을 입고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바다 안에서 친구와 함께 웃으며 수면 위를 떠다닐 때,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청소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 속에는 웃고 있지만 약간 얼어 있는 저희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풋풋하고 귀여운 용기가 느껴집니다.
체험을 마친 저녁, 우리는 제주 흑돼지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한창 자라나는 시기의 식욕에 맞춰 삼겹살, 목살, 버섯, 호박까지 푸짐하게 시켜
땀 흘리며 고기를 구워 먹던 기억은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식사’로 남아 있습니다.
서툰 젓가락질로 고기를 뒤집고, 소금과 쌈장을 듬뿍 찍어 먹으며
“우리 진짜 여행왔다!”며 감탄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음 날 아침, 제주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고기국수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맑고 깊은 국물에 얹어진 수육 한 점, 그 안에서 피어오르던 따뜻한 김.
그 한 그릇은 전날의 피로와 긴장을 모두 녹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빌려 달리던 중 우연히 마주한 항구의 풍경.
크게 펼쳐진 바다와 줄지어 정박한 배들, 수평선 위를 스치듯 지나가던 비행기.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나이인지조차 잊고
그저 여행자이자 사람으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던 친구의 뒷모습은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선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한적한 해변에서, 조용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붉은 등대와 잔잔한 파도, 그리고 발끝을 스치는 물결까지.
그 사진은 마치 영화의 엔딩 장면처럼, 우리의 여행을 고요하게 마무리해주었습니다.
돌아와서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여행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건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용산제주유스호스텔에서 보낸 조용한 밤과 그 안에서 나눈 대화들입니다.
그곳이었기에, 저희는 불안하지 않았고,
그곳이었기에, 우리는 처음으로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날 유스호스텔에서 잠들기 전 “진짜 잘 왔다”라고 속삭이던 친구의 말은
제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여행의 정의로 남아 있습니다.
용산제주유스호스텔은 그저 머무는 장소를 넘어서,
저희의 청춘 한 페이지를 완성시켜 준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다시 제주를 찾게 된다면,
그 첫 기억이 깃든 유스호스텔에서 다시 머물고 싶습니다.
그땐, 어른이 되어 더 여유 있게, 더 깊게 그 순간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감사합니다.